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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경제,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 지식인 1000명 선언


"한국경제, 외환위기 직전과 비슷" 지식인 1000명 선언

경제활성화법·한중FTA 처리 촉구

  • 송성훈 기자
  • 입력 : 2015.11.27 15:39:11   수정 : 2015.11.29 09:42:32




"한국 경제가 도처에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박재완 한선재단 이사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조동근 명지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등 각계 지식인 1000명이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미증유의 경제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백척간두의 경제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국민적 상황 인식과 정치권의 대처 의지는 심히 우려스럽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지식인들은 "사려 깊지 못한 인기영합의 경제민주화가 던진 충격파로 '저성장의 구조화'는 부정할 수 없는 경제 현실이 됐다"며 "이제는 3%의 경제성장률마저 힘에 부친다"고 강조했다. 무디스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성장률은 차치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구조적으로 도처에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선박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노쇠화로 수출은 작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감소했고 미래 먹을거리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정책자금 등으로만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도 고용의 문제를 넘어 세대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식인들은 "우리 경제는 인구구조에서 변곡점을 맞이했다. 왕성한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35~55세' 인구가 2011년을 정점으로 2012년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며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했음을 강조했다.

대외 국제 환경 또한 한국 경제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률 하락, 세계 경제 둔화 등 도처에 지뢰가 묻혀 있다"며 "공개된 10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 인상은 속도는 점진적이겠지만 이미 기정사실화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 경제와 보완 관계를 유지하던 중국은 이제 한국의 제1 경쟁자가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식인들은 정부와 국회, 정치권, 기업, 노동계를 향해 다섯 가지 사항을 촉구했다. 먼저 정부의 적극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지식인들은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좀비기업들의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국회에 대해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의료법 개정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 성장동력 확보 및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법률안과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 비준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정치권에는 청년실업 완화를 위한 노동 시장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하고, 기업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노동계에 대해선 파업을 비롯한 쟁의를 자제하고 기업의 경영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선언문 발표에 참석한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지금은 외환위기가 왔던 1996년 말과도 상황이 비슷하다"며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면 1997년의 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절박감에 이번 선언을 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노동개혁법안이 노사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야당 등의 반대에 부딪혀 있고, 청년 일자리에 도움을 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3년째 국회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