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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古書 강의하던 여고생…내년부턴 역사학도

신라시대 古書 강의하던 여고생…내년부턴 역사학도

 

성균관대 사학과 수시 합격한 정수연양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보물섬 같은 학문입니다. 오래된 과거의 일이지만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배울 것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역사를 사랑해 우리 민족의 고대 신화와 관련된 서적을 출간하는가 하면 인터넷 강연도 하는 고등학생이 성균관대 수시전형에 합격해 화제다.

27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인재전형에 최종 합격한 김포제일고 3학년 정수연(18·여)양은 지난해 5월 신라시대 충신 박제상이 쓴 고서 '징심록'의 일부인 '부도지'를 직접 해설한 책 '정수연의 부도지'를 출간했다.

1만 4천년 전 있었다는 마고성(麻姑城)이 인류의 시원 문명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도지는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 활발하게 인용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뿌리와 기원을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문헌이라고 정양은 소개했다.

정양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도 부도지를 강의하는 영상 130여개를 올려놨고, 이 영상들은 많을 때는 3천여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정양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전공 선택으로 이어져 내년에 사학과에 진학할 예정이다.

정양은 2012년 고등학교에 진학해 역사 수업을 들으면서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고, 단군신화를 공부하다가 단군신화보다 더 오래된 내용을 담은 부도지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부도지 원전과 해석본을 읽은 뒤 많은 이들이 우리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해설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부도지 해설서 제작에 들어갔다.

부도지 번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문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역사서 번역도 처음이던 정양은 한문 사전을 옆에 끼고 살다시피 해야 했다.

학업을 병행해야 했기에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뒤 자는 시간을 줄여 번역에 매달렸다.

주변에 정양의 번역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부모님도 한창 공부에 바쁠 시기에 고서를 붙든 정양을 못마땅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양은 "해석 작업이 난관에 부닥칠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도 많았다"며 "그러나 포기할 수 없을 만큼 내용이 재밌고 놀라웠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주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정양은 "내 노력을 누군가 인정하고 알아줬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며 "부모님도 사학을 진로로 삼겠다는 내 결심을 응원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양은 대학에 진학해서도 고대사보다 더 이전의 시대를 일컫는 '상고사'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상고시대는 유적이나 유물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이고, 고려나 조선 시대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이 낮아 연구가 미진하다"며 "그렇기에 더욱 상고시대를 연구해 우리나라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세상에 알리고 그 의미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

또 "취업난이 심한 요즘 시대에 역사 공부를 해서 뭐하느냐는 우려도 컸지만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래에 대한 고민에 묶이지 않고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싶다"고 바랐다.

 

성균관대 글로벌 인재전형에 합격한 정수연양